[연예가 블랙박스]축구광 연예인들 "경기장이 방송국"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26분


대망의 월드컵 16강전이 오늘 열린다. 월드컵 진출 48년만에 첫승은 물론 16강에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한국 축구팀의 선전은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자부심과 쾌감을 심어주었다. 오늘도 당연히 태극 전사들의 활약과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요즘 연예계는 월드컵 열기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시청자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중계에 몰려있고, 드라마도 지지부진하고 음반도 안 팔린다. 자세히 찾아보면 썩 괜찮은 드라마도 많고 좋은 음반들도 많은데 국민들의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만 쏠려있으니 일손을 놓아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침울해야 할 연예계에 힘과 기쁨을 주고 있는 것 역시 한국 축구팀의 승전보다. 그 동안 연예계에도 많은 축구 팀이 존재해 왔고, 스타 중에 소문난 축구광도 많다. 축구와 콧수염을 빼곤 인생을 설명하기 어려운 김흥국을 비롯, 축구 경기를 하는 일요일에는 드라마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작품을 고르는 최수종,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진 못하지만 타고난 골 감각으로 연간 40골의 득점을 올리는 박중훈 등이 소문난 축구광들이다.

평생 한 번 직접 보기도 어려운 월드컵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까닭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경기장으로 직접 달려간 스타들도 많다. 14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는 박중훈 이성재 주진모 등 영화배우들이 인천 경기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고 차태현은 아예 경기를 보며 대형 태극기로 온 몸을 감쌌다.

소문난 단짝인 박경림 최정윤 박진희 등은 아예 얼굴에 페인팅까지 하고 경기장에 나가 소리를 질렀고, 최진영 김종국 이정현 ‘베이비복스’ 등 젊은 가수들에서 중견 가수 이문세까지 가요계도 하나가 되었다.

안재욱은 한국이 승리하자 자신의 차 지붕을 열고 붉은 악마를 태운 채 거리를 밤새 달렸고, 차태현은 승리의 기쁨에 붉은 악마들과 함께 근처를 지나던 차 위에 올라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다가 같이 뛰었던 차 주인으로부터 차 수리비를 청구 받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한국 축구팀 모두가 다 영웅이고 스타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최고는 히딩크 감독과 안정환이다. 히딩크 감독을 귀화시키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우리 국민은 그에게 매료됐고,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모 카드 회사는 경기장에서 한국 팀을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편집한 필름만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히딩크의 인기가 떨어져 기껏 만들어 놓은 광고를 아예 내보내지도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액을 주고 의기양양하게 박찬호를 모델로 기용했던 경쟁 카드회사는 올 시즌 박찬호가 극도의 부진한 성적을 내자 낭패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조각 같은 외모의 안정환을 흠모했던 여성 팬들은 그가 결혼하자 다소 실망했지만 결혼 후에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부인에 대한 사랑을 ‘반지 키스’ 골 세레모니로 표현하자 오히려 더 그에게 환호하고 있다.

미국 팀과의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세레모니 역시 배우 뺨치는 명 연기였다. 그 동안 배우로 치면 장동건처럼 외모에 실력이 가려왔던 안정환. 장동건이 영화 ‘친구’에서 대박을 냈듯 안정환도 이번 월드컵에서 확고하게 대박을 터트렸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여자라면 장나라처럼 뽀뽀라도 해주련만.

“안정환 오빠! 오늘 딱 두 골만 더! 쪽! 쪽!”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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