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이메일작가-의뢰인의 사이버 사랑 '하룻밤만의 자유'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03분


하룻밤만의 자유/재닛 윈터슨 지음 임주현 옮김/232쪽 8000원 문학사상사

알리는 이메일 작가.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으로 접속해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화자(話者) 알리를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그가 이번 의뢰인에게 맨 처음 들려주는 이야기는 튤립에 관한 것. 이야기는 ‘내가 튤립을 터키에서 네덜란드로 처음 가져왔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의뢰인이 원래 원하던 것은 ‘로맨스’였고, 결국 얘기를 새롭게 써나가야 하는데….

윈터슨은 영국의 화이트 브레드 상, 미국의 예술원 상 등을 수상한 작가. 그의 별명 중 하나는 ‘21세기의 버지니아 울프’다. 스스로가 버지니아 울프처럼 돌출행동을 즐기며, 이 소설의 주인공 ‘알리’마저 울프의 주인공 ‘올란도’와 어딘가 닮아 있다.

각 ‘장’ 아니 ‘메뉴’는 ‘하드 드라이브 오픈’ ‘휴지통 비우기’ ‘풍선글로 표시’ 등 사뭇 ‘인텔스럽거나 혹은 마이크로소프트’하지만, 얘기 중간중간에는 중세의 기사 랜슬럿과 아더왕의 왕비였던 기니비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다 얼어죽은 조지 멀로리의 참극 등이 엮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결국 확인되는 이야기속의 주인공은 작가와 의뢰인 자신. 이야기가 실제의 이야기를 낳고, 모든 이야기는 결국 술술 풀려 간다.

“이 작품은 사랑에 필요한 용기에 대한 포고문이며, 아름다운 작품임에 틀림없다.”(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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