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기자의 논스톱슛]'축구열기'와 지방선거 함수관계는…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54분


“스웨덴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나는 개각을 단행했는데 신문에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소. 가까운 장래에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계획이 있는데,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날짜가 언제지요.”

1958년 당시 브라질의 주셀리노 쿠비체크 대통령이 브라질 출신의 전 국제축구연맹(FIFA)회장 주앙 아벨란제와 나눈 대화의 한토막이다. 축구열기가 대단한 브라질에서는 1930년대 이래로 역대 최고 통치자들이 축구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크나큰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축구에 쏠려있을 때 은근슬쩍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처리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유럽국가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월드컵 기간중에는 정치인들이 축구에만 관심을 쏟고 자기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중요한 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첫 우승을 차지하자 영국은 전국이 감격의 축하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당시 해럴드 윌슨 총리는 브라질의 군사정권과는 달리 민주적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도 스포츠의 중요성, 특히 축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잉글랜드축구팀이 세운 위업은 서민들이 고달픈 경제적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리게 했다. 취임한지 2년이 채 안되어 허둥거리던 윌슨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온 국민의 주의가 월드컵 우승에만 쏠려 있을 때 임금과 배당을 동결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게 해야 할 때입니다.” 윌슨 총리가 잉글랜드 대표선수 전원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로 초대했을 때 임금 동결에 대해 문제삼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02한일월드컵은 31일 막을 올려 6월30일까지 한달간 벌어진다. 월드컵 기간의 중간쯤인 6월13일 국내에서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과연 이번 월드컵은 국내 정치 상황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자못 궁금하다.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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