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 시설 이래도 되나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59분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오르던 60대 지체장애인이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4호선 오이도역에서 70대 장애인 부부가 리프트 추락 사고로 숨진 지 불과 1년여 만에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다시 일어났다. 장애인이 외출하는 데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라면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그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움직일 권리’조차 보장해 주지 못하는 후진적 현실이 부끄럽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살기에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주는 예는 수없이 많다. 교육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물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이동권마저 박탈당한 채 사는 게 우리나라 장애인들이다. 가파른 계단, 높은 도로 턱으로 가로막힌 거리는 그들에게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서울시가 장마에 대비한다며 지하도 턱에 계단을 쌓는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래주머니를 사용하는 작업이 번거로워 아예 계단을 높인다면 장애인은 집안에만 있으라는 얘기인가.

이번 사고가 전동휠체어를 잘못 조작해 발생했다는 경찰의 발표는 장애인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장애인용 리프트라면 장애인들의 실수(오작동 등)에 대비해 더욱 완벽한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 사고가 난 리프트의 안전판이 내릴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니 이번 일은 예고된 사고나 다름없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재점검과 교체가 시급하다. 사고가 난 리프트가 올 들어 30여 차례나 멈춘 것처럼 지하철 리프트는 대부분 낡아 고장이 잦은 데다 가벼운 수동휠체어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차제에 장애인이동연대의 주장처럼 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대체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문제는 가족부담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들에 대한 배려는 특혜나 희생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인들의 당연한 의무다. 그 의무를 실천하는 첫걸음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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