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게이트' 머리카락 보인다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03분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금융감독원 감리위원과 ‘이용호 게이트’의 공범 김영준(金榮俊)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의 유착 관계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또 다른 권력형 비리인 ‘김영준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용호(李容湖)씨와 김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추진한 보물 발굴사업과 삼애인더스의 주가 조작 과정에서 ‘실물’과 ‘금융’이라는 양대 업무를 분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호씨가 이형택씨와 국가정보원 등 핵심 권력을 업고 현장 실무를 맡았다면 김씨는 각종 불법 대출과 배임 등으로 자금을 융통한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김씨가 주가 조작 등에 개입한 구체적인 경위와 이와 관련된 범죄 혐의는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배후를 입증할 만한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금융권의 검찰’로 불리는 현직 금융감독원 감리위원인 모여대 김모 교수가 김씨의 범인 도피 및 증거 은닉 혐의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함으로써 김씨의 혐의에 대한 향후 수사가 새로운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특검팀은 김 교수와 김씨의 관계를 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가 김씨가 검거되기 직전에 관련자료를 빼돌린 정황 등으로 미뤄볼 때 삼애인더스의 900만달러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에 김 교수가 연루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준 게이트’의 성립 여부와 그 파장은 검찰이 특검팀이 넘긴 수사 자료를 토대로 김씨의 금융권 및 정관계 로비를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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