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정치권 반응] 與 "부시발언 국회서 단호대처"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7분


여야는 최근 북-미관계 긴장상황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상황이 걱정스럽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원인분석과 대응책마련에 대해서는 제각각이었다.

민주당은 우선 북-미 간의 긴장이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당사자 간 대화 노력을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부가 정세를 잘못 판단하고 ‘대북 퍼주기’를 일삼은 데 원인이 있다고 정부를 다그쳤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엔론사태 무마 등을 위한 미국 국내용이란 분석이 많다. 우리가 조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인 김성호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제네바 합의나 6·15공동선언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려 하는 데주목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부시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향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부시 행정부고위당국자들을 잇따라 만났을 때 대북 강경기조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 밝히라”며 “햇볕정책을 비판만 했을 뿐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선예비주자들도 일제히 북-미 대화의 중요성과 우리 정부의 조정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한국 북한 미국의 3국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북미-관계 악화는 앞에선 악수를 청하며 뒤에선 비수를 꽂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자초한 것이며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현 정권의 무원칙하고 자존심 없는 대북정책이 가져왔다”며 정부와 북한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마치 한국 정부를 대하듯 미국에 대해서도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면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국민을 엄습하고 있다. 여론 주도층은 북한과 미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한반도 평화정착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미국의 강경노선은 이미 예견됐는데도 ‘대북 퍼주기’로 일관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송인수 기자 issong@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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