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산기업 엔론사 정경유착 의혹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5시 39분


최근 파산한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 엔론이 정치권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자사의 이익이 걸린 규제완화 등을 관철하기 위해 로비를 해온 것으로 밝혀져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엔론사와 이 회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이 조지 부시 전대통령 시절부터 부시 가문을 비롯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인들에게 모두 수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해 왔다고 보도하고 이는 ‘정치와 돈의 유대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 라고 지적했다. 엔론사는 89년 이후 580만 달러를, 레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88만2580 달러를 정치권에 제공했다.

이 신문은 “엔론사와 공화당 및 부시 행정부와의 유대는 특별히 밀접하다” 며 “엔론사와 레이 회장 및 이 회사 직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57만2350달러를 기부했다” 고 전했다. 또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 중 일부는 엔론사의 자문역이나 주주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엔론사와 레이 회장 등 이 회사 간부들은 지난해 선거에서 기부액수와 사용처에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정치자금(소프트 머니)으로 모두 170만달러를 정치권에 제공했으며 이중 3분의 2는 공화당에 전달됐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93~94년엔 13만6000달러를, 96년엔 68만7000달러를 소프트 머니로 정치권에 제공했다.

공화당은 지난달 상원 위원회를 통해 엔론사에 기부금 10만달러를 되돌려 주고, 지난 주엔 주지사협회를 통해 6만달러를 되돌려주는 등 엔론사와의 유대가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론사의 정치자금을 덜 받은 민주당은 특히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과 엔론사와의 유착을 문제삼을 태세다.

그램 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이던 지난해 엔론사의 에너지 파생상품 선물거래에 대해 연방정부의 감독을 면제시켜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이 회사의 사업 중 가장 수익이 좋은 것이다. 그램 의원은 89년 이후 엔론사로부터 모두 9만735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으며 연방정부 관료 출신인 부인 웬디 여사(한국계)는 93년부터 이 회사 이사로 일해왔다.

레이 회장은 올해 초 딕 체니 부통령을 사적으로 만나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장 인선문제를 논의하는 등 워싱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에선 기업이 정치권에 소프트 머니 등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것 자체는 합법적인 것으로, 기업에선 이같은 일이 통상적인 사업비용의 일부가 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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