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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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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국제문제 전문기자 출신인 오버도퍼 교수는 곧 출간될 예정인 ‘두개의 코리아’ 개정판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과정을 소상히 소개했다.
개정판에 따르면 임 전 원장은 5월27일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들어갔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토대로 6개항의 ‘김정일 보고서’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첫째, 김 위원장은 김일성보다 훨씬 강력한 통치자다. 둘째, 북한 체제에서 김 위원장만이 유일하게 개방적, 실용주의적인 사고를 보유하고 있다. 셋째, 김 위원장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넷째, 김 위원장은 상대를 설득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다섯째, 김 위원장은 연장자에게 깎듯이 예의를 차린다. 여섯째, 김 위원장은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이 책에 따르면 후에 평양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체코 출신으로 평생을 공산권 연구에 몰두해온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0월23일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시작하자마자 그가 그동안 언론이 묘사해온 것처럼 음험한 유형의 공산당 지도자는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며 유연하고 붙임성 있는 인물이었다. 미사일 문제를 꿰뚫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총명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 이 책은 김 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전 장관에게 △대포동 1호와 미국 본토까지 미친다는 대포동 2호를 포함한 사정거리 500㎞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 △미사일 합의에 관한 검증도 보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식량과 의류, 에너지로 보상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생산한 미사일의 처리 및 탄두 중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검증방식에서도 내정간섭적인 검증(Intrusive Verification)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김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일주일 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속개될 북-미 미사일협상에서 타결짓고자 했으나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임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어 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지적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