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 삶 이렇게 변해왔다

  • 입력 2001년 12월 5일 14시 06분


여성들의 삶의 변화모습을 통해 한국의 지난 세기를 반추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는 박경원

서울시 주최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 여성사전’ 은 여성들이 일궈온 삶과 발자취를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보여준다. 전시주제는 여성 사회교육 변천사 한국 여성이 최초로 도전한 직업들 여성 머리 변천사 여성-삶의 이야기 10인전 등 4가지.

☞[화보]서울 여성사전

부당한 성차별을 느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들은 꿋꿋이 제 길을 걸어가며 족적을 남긴 선배들의 삶에서 용기를 얻을수 있는 기회다. 인류의 역사는 곧 ‘남성의 역사’ 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는 세상을 움직이는데 여성들이 작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각 분야의 여성 선구자=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는 박경원. 박씨는 1901년 대구에서 태어나 27세때인 1928년 일본 다찌가와 비행학교를 졸업하면서 2등 비행사가 됐다. “여자는 엉덩이가 커서 조종은 무리라” 는 터무니없는 조롱을 받아가며 거머쥔 자격증이었지만 1933년 꿈에 그리던 고국 방문을 위해 이륙한지 50분만에 안개로 인해 시계(視界)를 잃고 추락사했다.

카레이서 김태옥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자 장관은 1899년생 임영신. 임씨는 1923년 미국 유학중 관동 대지진때 일본인이 한인들을 대량 학살한 현장 사진과 사망자 명단을 입수해 국제 여론의 주목을 끌어냈다. 해방후 1948년 제헌국회의 의원이 됐고 그해 8월부터 10개월간 상공부 장관으로 활약했다.

최초의 여자 서양화가는 1896년생인 나혜석. 매일신보에 연말연시 세시풍속을 그리면서 1921년 서양화가로 데뷔했다. 섣달대목 초하룻날 이란 제목의 그림 9장은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의식있는 여류화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여성해방론을 소리 높여 주장했고 그런 노력은 연애와 결혼, 이혼으로 이어져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최초의 여기자는 1902년 황해도에서 출생한 최은희. 1922년 최초의 민간 일간지 여기자로 매일신보에 입사, 때로는 기생 차림으로, 때로는 남루한 옷차림의 행랑어멈으로 변장해 사회 구석구석을 누비며 수많은 특종 기사를 낚았다.

이밖에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헬기 조종사 피우진, 카레이서 김태옥, 의사 박에스더, 농구코치 나정선, 바둑기사 조영숙씨 등의 씩씩한 삶을 만날 수 있다.

▽머리모양으로 본 여성지위= 여성 머리모양의 변천사는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의 변천사와 일치한다.

여성국극

단군 원년의 머리모양은 땋아 늘어뜨린 편발(編髮)이었고 삼국시대와 고려를 거치면서 얹은 머리와 쪽진 머리로 바뀌었다.

머리모양이 가장 정교했던 시기는 조선시대.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은 머리 가꾸는 일에 많은 공을 들였다. 얹은머리, 쪽진머리, 땋은머리가 일반적이었고 신분이나 결혼 여부에 따라 대수머리 어여머리 새앙머리 트레머리 귀밑머리 등으로 세분화됐다.

조선 후기 실학의 영향으로 머리도 쪽머리로 간소화 추세를 보였고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 교육받은 신여성들이 등장함에 따라 무용가 최승희의 보브 스타일 단발머리, 퍼머, 헵번 스타일, 우치마키(안말음), 소도마키(바깥말음) 등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선보였다.

김백봉의부채춤

1920년대 처음 등장한 미용실은 50년대 들어 대중화됐으며 60년대엔 바가지머리, 언밸런스 쇼트컷 등이 유행했다. 연탄불에 달군 고데기 사용도 일반화됐다.

70년대 들어 여권운동 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짧은 상고머리, 중성적 멋이 나는 쉐기(거지)커트, 버섯모양의 머쉬룸 스타일이 등장했다.

80년대에는 긴 머리의 굵은 퍼머와 스트레이트가 유행했고 머리 염색을 시작했다. 머리 몇가닥을 물들이는 블리치(bleach)는 90년대에 도입돼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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