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정원 가꾸기=나라 다스리기 '정원 일의 즐거움'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정원 일의 즐거움/헤르만 헤세 지음/324쪽 1만2000원 이레

헤르만 헤세(1877∼1962)가 말년에 정원을 가꾸며 쓴 산문 모음. 직접 그린 수채화와 정원을 가꾸는 흑백사진이 운치있다.

헤세는 집을 옮길 때마다 정원을 만들었다. 잡초를 거두고 꽃을 가꾸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던 것이다. 그는 “정원을 가꾸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헤세가 전하는 정원은 한가로운 은신처가 아니다. 잔혹한 폭력과 비인간화한 문명과 대항하는 성소(聖所)이자, 예술 인생 존재 신성 같은 근원적 질문에 답하는 선처(禪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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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파괴될지도 모를 이 세계의 한가운데서, 시인이 고심해서 자신의 언어를 주워 모아 짜 맞추는 일은, 지금 들판에서 자라는 다른 많은 꽃들이 하고 있는 일과 동일한 것이다.”(205쪽)거창한 의미를 애써 찾을 필요는 없다. 흙 냄새, 꽃 색깔, 낙엽 소리, 공기의 흐름까지 전달하는 감각적인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면 족하다. 이국에서 쉼 없이 날아온 전보(戰報)에 질린 회색 도시인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줄 만큼. 두행숙 옮김, 원제 ‘Freude am Garten’(1992).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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