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스위트 노벰버 "나랑 한달만 살면 인생이 바뀔꺼야"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4분


잘 나가는 광고회사 간부 넬슨(키아누 리브스)의 ‘인생 시간표’에서 중요한 것을 따지면 시간→돈→회사→휴대폰의 순서일 것이다.

그의 가치관에 비쳐볼 때 새러(샤를리즈 테론)는 영락없이 정신나간 여자. 그녀의 주요 일과는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 개 산책시키기, 아버지 없는 꼬마와 이야기하는 것….

‘스위트 노벰버’(Sweet November)는 일 중독증에 걸린 남성과 매달 남자를 바꿔가며 사귀는 여성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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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의 인생은 운전면허를 연장하는 시험장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새러가 시험 중 넬슨의 ‘SOS’ 신호에 몇 마디 말한 것이 커닝으로 간주돼 퇴장 당한 것. 이를 빌미로 새러는 이런저런 요구를 하다 넬슨이 들어주지 않으면 주변에 ‘이 남자는 파렴치한’이라고 떠들어댄다.

마침내 새러는 “일과 출세 밖에 모르는 네 인생은 껍데기다. 나랑 11월 한 달만 동거하면 네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미친 여자’라고 욕하던 넬슨은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해고당하자 새러를 찾게 된다. 넬슨이 그녀의 ‘미스터 노벰버’가 된 것이다.

이 작품의 전반부가 ‘사랑〓섹스’ 쯤으로 알고 있는 넬슨이 진정한 삶과 사랑을 배워 가는 과정이라면 후반부는 넬슨과 새러의 순애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치병에 걸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새러는 동정 받기 싫어 ‘한 달간의 사랑’만을 원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우연한 만남과 사랑, 불치병 등 멜로 영화의 상투적인 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웃음을 자주 섞어 칙칙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두 스타의 매력에 환상을 품지 않는다면 키아누 리브스와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볼 만하다. 같은 제목의 196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15세 이상 관람 가. 28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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