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마르크스주의적 휴머니즘 재발견'맑스주의의향연'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5분


◇ 맑스주의의 향연/ 마샬 버먼 지음 문명식 옮김/ 370쪽 1만3000원 이후

다섯 살에 세상을 떠난 아들 마크에게 저서 ‘견고한 모든 것은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근대성의 경험(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The Experience of Modernity)’(1982)을 바치며 저자인 버먼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마크가 그랬듯이 근대 세계의 가정에서 가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근대 세계를 뒤덮고 있는 악마에게 가장 많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영웅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근대성(modernity) 논의에 관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는 이 책에서 근대가 아직도 미완의 진행형임을 주장했던 버먼이 17년만인 내놓은 저서가 바로 ‘맑스주의의 향연’(1999)이다. ‘견고한…’에서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버먼은 수많은 사상가나 작가와 그들의 작품, 영화, 음악, 거리 등 온갖 것들을 텍스트로 삼아 해설하며 근대성 ‘이후’만을 이야기하려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맞서 영웅적 투쟁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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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먼이 주목하는 것은 강요된 발전을 좇는 시장모델에 맞서서 자아가 통제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마르크스주의적 휴머니즘이다. 그는 자아가 통제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발전’이 인간 본성의 끔찍한 내면을 드러낼까 두려워한다. 그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에서 나오는 커츠 대령을 바로 그런 전형적 인물로 꼽는다. 커츠 대령은 바이런의 시를 읊으며 손으로는 사람의 목을 태연히 땄다. 버먼에 따르면 멀리 저 높은 곳에 형이상학적 근대성을 설정해 놓고 있다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공격에 망연자실해 하는 좌파지식인들은 이미 진정한 근대성을 잃어버린 자들이다. 버먼에게서 근대성은 지금도 거리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아름다움과 기쁨과 연대의 원천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굳고 녹슨 관계들을 해체하고 견고한 모든 것들을 공기 속에 녹여버리며 거리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완의 근대성을 이야기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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