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서울 역삼동 '장어박사'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26분


◇산 장어 즉석 구이 입안서 살살

머리-뼈 고와 만든 탕 뒷맛 개운

꼬리를 팔딱이는, 반쯤 살아있는 장어를 그릴에 구워 먹는 맛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수많은 고깃집 일식집 간판이 뒤덮고 있는 도심 속에서 웬만한 장어전문점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장어박사(02-501-9245)’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장어를 소재로 한 생소하고 다양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간판에 ‘박사’를 붙인 이유는 이 집 주인이 15년 동안 장어요리만 전문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장어구이를 시키면 종업원이 간장 소금 고추장 소스를 옆에 놓고 김 굽듯이 장어를 뒤집었다 소스를 발랐다하며 20분 정도 굽는다. 빛깔이 강렬해 고추장 간장소스에 버무렸던 장어에 먼저 손을 대지만 담백함과 고소함이 깊게 파고드는 것은 역시 소금간을 해서 구운 장어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꼬리질을 하는 장어에 혹시라도 혐오감을 느낄지 모르는 여자 손님들에게는 장어를 주방에서 구워 준다. 2인분 기준 3만6000원(1㎏).

구운 장어는 한약재, 겨자, 생강을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완도와 여수에서 가져 온 이 집 특유의 대파김치, 갓김치, 어리굴젓, 밴댕이젓, 김 등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한 기운이 가신다. 장어뼈를 고아서 만든 장어수프, 멸치처럼 바삭하게 만든 장어뼈 튀김은 이색적인 밑반찬이다. 장어 쓸개로 만든 ‘장어주(酒)’도 준다.

장어탕에 돌솥밥(각 5000원)을 먹으면 배가 꽉 찬다. 장어뼈와 머리를 고아 만든 장어탕은 걸쭉한 국물 맛과 카레처럼 매콤달콤한 뒷맛이 혼합 돼 있다. 이 밖에도 인삼 대추 밤 등을 넣고 끓여 낸 ‘장어인삼탕’, 내장을 조리한 ‘장어내장볶음’은 다른 장어집에서는 찾기 어렵다. 각각 2인분에 2만5000원이다. 특허청 바로 뒤편에 있다. 주차가능.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