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의 궤변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41분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의 엊그제 취중 발언은 욕설 차원을 넘어 저주처럼 들린다. 그만큼 섬뜩하다. 언론에 무슨 한을 품었기에 입에 담기 힘든 ‘×같은’이란 상욕을 써가며 특정신문을 매도하고 기자에게 “사주(社主)같은 놈, 비겁한 놈”이란 납득하기 어려운 언사를 퍼붓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정치권이 벌이는 공방 와중에서 최근 추 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보이는 행태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진 측은 아예 ‘적’으로 간주하고 타도 대상인 양 비판하더니 급기야 추 의원처럼 ‘이놈’ ‘저놈’ ‘새끼’ 등의 저급하고 감정적인 욕설을 퍼붓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더욱 한심하고 놀라운 것은 그런 취중 추태를 오히려 감싸고도는 민주당의 자세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추 의원이 폭탄주에 취해 특정 언론사와 기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작가 이문열(李文烈)씨 등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을 알고도 “취중 사석에서 한 말을 여과없이 보도할 만큼 우리의 언론자유는 만개해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추 의원이 내뱉은 폭압적 욕설이 민주당이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과 같지 않다면 내놓을 수 없는 논평이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동아일보 등 빅3신문을 타깃으로 삼아 세무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이 여전히 비판적 필봉을 꺾지 않자 취한 척해서라도 하고 싶은 욕을 퍼부었으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민주당은 세무조사 결과가 공표되기도 전부터 일부 언론을 겨냥해 ‘최후의 독재권력’이니 ‘부패한 특권세력’, ‘악덕 언론사주’ 운운하는 막말을 퍼부은 바 있다. 또 야당에 대해서도 ‘언론부패에 기생해 대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하는 등 정부가 세무조사를 실시한 정치적 의도를 확연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당무회의나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언론과 전면전을 벌일 듯 전의를 불태워 왔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거나 야당의 비판을 담아내면 그게 못마땅하다며 막말을 했다. 이젠 그도 모자라 술에 취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고 사과하기는커녕 언론자유가 있다는 식의 비꼬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집권여당이 이처럼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인 언행을 보이는 것은 비단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추 의원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가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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