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3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30년 가까이 맑은 서정시를 발표해온 세 사람의 각별한 우애는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대초에 나란히 등단한 이들은 꿋꿋하게 지방을 지키며 작품활동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문학적 교류를 이어왔다.
중앙문단에서 소외된 이들은 스스로를 ‘설악산 계룡산 지리산, 산 자락 하나씩을 보듬고 화전을 읽구며 사는 변방의 시인’으로 불렀다. 나란히 육십 고개를 넘기면서 “노욕에 물들지 말자”고 다짐할 정도로 문단 권력을 멀리했다.
함께 공동시집을 내보자는 약속이 계속 미뤄진 것도 이같은 청빈함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세명이 만난 자리에서도 “점잖게 늙자는 뜻에서 ‘3인 시집’을 내도 불온한 시대에 시비거리가 되기 십상이니 몇 년 뒤로 미루자”고 합의했다 한다.
문우 중 한 명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난달 5일 고인의 영정 앞에서 두 시인은 오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고인이 남긴 5편의 유고시를 찾고 각자의 자선시를 모아 최근 고인에게 헌정한 것이다.
송씨는 고인과의 애틋한 정한을 회상하는 발문을 썼고, 나씨는 고인을 떠나보낸 절절한 안타까움을 담은 시 ‘별리(別離)’를 지어 실었다.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 나무가 되어 /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 (…) /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 우리 다시 사람으로는 / 만나지 못하리’(‘별리’ 중)
두 시인은 그래서 이들은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음을 비유한 ‘논어’의 ‘삼인행(三人行)’이란 말로 고인을 기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시집이 순수서정을 표방하고 흔들림없이 자연 속에서 가장 깨끗하게 살아온 우리들 삶의 궤적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다짐의 증표”라고 다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