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단순한 기쁨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45분


◇"더불어 사는 삶은 끝없는 기쁨"

기쁘게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저자인 피에르 신부는 간단히 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그건 목 마를 때 물 한모금을 먹는 것과 같이 단순하면서도 무한한 기쁨이다.”

이 책은 전세계 44개국 350여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의 창시자인 저자의 자전적 기록이다.

당연히 그는 사랑 믿음 희망 등의 주제를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도덕 교과서와 같이 점잖은 말씀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는 매우 도발적이고 적극적이다. 이건 그의 남다른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 리옹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세때 많은 유산과 미래를 포기하고 사제의 길을 택했다. 2차 대전 당시 그는 사제의 신분으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 유대인을 피신시키기 위해 험준한 산맥을 같이 넘고 게슈타포에 잡혀 죽을 뻔한 고비도 넘겼다. 또 전쟁 뒤에는 국회의원 활동도 했다.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49년 자살을 기도한 사람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자신이 살던 집을 개조해 집없는 사람과 부랑자들, 그리고 당시 넘쳐나던 전쟁고아를 거둬 들여 공동체를 만들었다. 54년 그는 방송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속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실상을 호소했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곱게(?) 큰 수도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든 행동가에 가까웠다. 때문에 원론적인 메시지도 그를 거쳐 나오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90세의 나이에 책을 펴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고 썼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아베 피에르 신부 지음 백선희 옮김

255쪽 9000원 마음산책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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