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소년과 늑대의 우정<늑대의 눈>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7분


◆늑대의 눈 / 다니엘 페나크 글, 자크 페랑데즈 그림, 최윤정 옮김 / 147쪽 6500원 문지어린이

눈은 진실을 말한다. 언젠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의 변호를 맡았던 분의 경험담은 이 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범죄자는 자리에 앉자 마자 눈에 힘을 준 채 변호사를 노려 보더란다. 이에 질세라 변호사도 그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고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변호인의 눈빛을 읽은 그 범죄자는 불신으로 가득 찬 성난 눈빛을 거두고 자신의 얘기를 털어 놓더란다.

인간에게 잡힌 동생을 구하려다 한쪽 눈을 잃어버린 채 동물원에 팔려 온 ’푸른 늑대’와, 같은 인간임에도 또 다른 인간에 의해 부모를 잃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아이 ’아프리카 은비아’.

’아프리카’는 동물원에 온 뒤로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푸른 늑대’의 철책 앞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오로지 자신의 눈 속에 ’푸른 늑대’만을 담고 있는 소년의 이름이다.

’수집’하기를 좋아하고, 못 먹는 것이 없고(먹을 게 없어지면 늑대도 잡아 먹을 수 있을 만큼), ’두 개의 살갗’(하나는 맨 살, 또 하나는 늑대의 살갗인 늑대가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푸른 늑대는 그들에게 보이는 분노조차 소모적 감정으로 여겼을까?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사람을 대하던 ’푸른 늑대’ 앞에, 한쪽 눈을 잃은 늑대처럼, 역시 하나의 눈으로 늑대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서 있다. ’푸른늑대’는 그만 흔들리고 만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의심에서 믿음으로.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눈 속에 비친 과거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리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껴안게 되는 것이다.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는 이 책에서 참으로 독특한 서술 방식을 보여준다. 요즈음은 어린이 책에서 눈에 띄는 교훈주의를 멀리하고 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 어린이 책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친절과, 뻔한 교훈으로 즐거움보다 가르침을 주려는 책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서늘할 만큼의 과감한 생략과, 그냥 툭 내뱉듯 던지는 한 마디 말을 통해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한다. 한마디로 독자에게 ’문학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읽고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오혜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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