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산책]황사까지…中에 곱지않은 시선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40분


요즘 워싱턴 등 미국 동부지역의 세차장 주인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뿌연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자동차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워싱턴 교외의 주택가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세차하는 광경이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띈다.

워싱턴은 공기가 맑고 비도 자주 내리는 편이어서 부지런히 세차를 하지 않고 지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곳이다. 어떤 한국인 주재원은 차가 지저분해질 만하면 비가 내려 깨끗이 세차되는 바람에 몇 년 동안 한번도 세차한 적이 없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곳 주민들이 느닷없는 흙먼지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은 뜻밖에도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黃砂) 때문.

USA투데이지는 중국 북부와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지난달 10일 한반도 상공을 거쳐 11일 미 서부해안에 도착한 뒤 20일 대서양 연안의 동부지역에 이른 위성사진 3장을 25일자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황사가 태평양을 건너 미 동부지역에까지 이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런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기자의 이웃에 사는 30대 후반의 한 미국인은 “중국 황사의 피해를 워싱턴에서 겪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중국 황사가 미국에까지 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동시에 이 흙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고 있다. 가뜩이나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고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은 판에 황사까지 불어 공연히 중국이 더 싫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 25일자에 실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8%는 미국내 중국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신들 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비즈니스에서 너무 영향력이 크다는 것 등이 이유다.

이 조사는 정찰기 사건 발생 전인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실시돼 최근의 반중(反中)기류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사건 이후엔 감정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요즘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시장에는 저가의 중국 상품이 넘치고 중국음식도 인기를 끌지만 이런 것이 중국에 대한 호감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봄철의 황사는 곧 소멸되고 이번 피해도 에피소드로 남겠지만 정치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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