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금리 잘해야 1%P 상승"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7분


97년 12월 경제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정부에 환율안정을 위해 이자제한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40%, 회사채 금리는 25%를 뛰어넘는 살인적인 고금리체제로 접어들면서 수많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줄줄이 넘어졌다.

▼글 싣는 순서▼
① 마이너스 금리의 사회상
② 고금리시대, 영영 끝났나?
③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일본의 교훈
④ 부동산투자, 과연 대안인가?
⑤ 금융상품 틈새찾기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열렸다. 과거 두자릿수 금리에 길들여져 있던 국민으로서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저금리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견해는 엇갈린다. 연구원들은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고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미국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어 현 금리 수준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두자릿수 금리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금리구조가 왜곡됐다〓금리결정 요소는 많지만 단순하게는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로 표현된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이 3∼4%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 목표치인 4%에서 안정된다 해도 금리는 최소한 7∼8%가 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작년 말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2월에는 한때 4%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6%대로 올라섰다. 은행금리는 아직 5%대에 머물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정부가 돈을 풀면서 시중에 자금이 넘치지만 기업의 부도위험이 여전해 여윳돈이 은행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한 곳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빚어진 결과”라며 “경기침체로 자금수요는 없는데 시중유동성은 풍부해져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론〓기본적으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인하 및 감세정책을 펴고 있어 하반기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 정한영 박사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차입자는 지나친 혜택을 받는 반면 대출자는 자금제공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불균형은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렵고 물가상승을 감안한 명목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금융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현재 잠재성장률이 4∼5%, 기대인플레이션이 3∼4%라고 본다면 지표금리는 7∼9% 수준이 적정하다”며 “정부가 급격한 금리상승은 억제한다는 방침임을 감안할 때 하반기 국고채금리는 현재보다 1%포인트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백화점 및 자동차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 내수증가가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이라는 선순환론을 펴고 있다.

▽금리 유지론〓일선 금융현장에서는 정부에서 장담하는 하반기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다. 대한투신운용 류희대 채권운용팀장은 “경기거품이 해소되고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미국 정보통신(IT)산업에 대한 과잉투자가 해소되고 기업이 다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한 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진영욱 사장도 “기업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금을 보유한 채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부채비율 200%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증시마저 폭락해 유상증자도 불가능해져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경기회복으로 인한 금리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고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과 기형적 자금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저금리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개인의 금융자산 증가로 인한 자본누적속도가 빨라 당분간 금리가 오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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