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추모공원' 공청회 무산…주민들 퇴장 당분간 난항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5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제2시립화장장 및 추모공원 건립계획이 후보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추모공원건립후보지 주민대표 공청회’에서 주민들은 고건시장의 참석을 놓고 주최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타협을 보지 못하자 공청회 진행을 거부, 퇴장해 버려 공청회가 무산됐다.》

▼무산화된 공청회▼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는 화장장 및 추모공원 건립 후보지로 선정된 중랑구 망우3동과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등 13곳의 주민대표 300여명이 초청됐다.

발표자로 나선 주민대표 13명은 “이번 공청회를 취소하고 최종 결정권자인 시장이 참석한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최측에 공식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퇴장해 버렸다.

이에 앞서 공청회 진행을 맡은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 정경균 운영위원장은 “벽제 화장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금년 말이면 용미리 추모의 집도 모두 차버려 추모공원 건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정”이라며 주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서울시내 25개구 가운데 유독 13개지역만이 후보지에 오른 이유조차 설명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공청회는 단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따졌다.

일부 주민들은 시가 내부적으로 특정지역에 부지선정 작업을 마친 뒤 나머지 지역을 들러리로 세워 여론 분산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사전 제출한 자료에는 서울시가 ‘경청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

서초구 신원동 이성진씨는 “화장로는 각 자치구에서 병원 등을 이용해 1∼2개 정도 소규모로 건립하고 납골당도 자치구별로 적정 부지를 선정해 건립하게 되면 주민 반발은 거의 없을 것이고 님비현상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원지동 최성희씨는 “화장장을 도시중심부에 설치해 세계적 예술품의 추모공원을 건립함으로써 화장터에 대한 불신감을 먼저 없애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청이나 동대문운동장 시설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바다나 미개발 도서지역 등에 화장터를 건립할 것을 제의하는 견해도 있었다.

▼난감한 서울시 ▼

공청회가 주민들의 거부로 전면 연기되면서 서울시의 제2화장장 부지선정 및 추모공원 건립계획은 상당기간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서울시는 후보지역에 대한 공청회 절차를 거친 뒤 추모공원추진협의회 소속 부지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안으로 부지선정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서울시는 5만여평의 추모공원 부지가 확정되는 대로 20기 규모의 화장로와 납골묘 5만위, 종교별 장례식장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부지매입 등 행정 재정적 지원을 하고 SK가 시설 전부를 건립하게 된다. 2004년 완공 목표.서울시와 추모공원추진협의회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후 일정과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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