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교육에 성과급 도입…자본주의 경쟁원리 익힐수 있게

  • 입력 2001년 4월 13일 19시 22분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 교육 시설로 97년 문을 연 통일부 산하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일명 하나원)가 처음으로 탈북자 교육에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과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 원리를 도입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중태(金仲台)하나원 소장은 13일 “2월 하나원에 들어온 11기 교육생부터 교육과 생활 태도 등을 평가해 정착 가산금을 차등 지급한 결과 탈북자들의 교육 참여 열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정착 가산금은 3개월 과정의 교육이 끝날 때 지급하는 3800여만원의 정착 지원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일종의 ‘보너스’인데 하나원은 이를 차등 지급키로 한 것. 이에 따라 다음달 3일 퇴소하는 11기생들 중 교육 성적이 우수한 5%의 탈북자에게는 월 최저임금(42만1200원)의 5배인 200만원이, 그 아래 상위 60%에게는 100만원의 정착 가산금이 지급된다.

하나원은 또 타자에 능한 탈북자에게 타자인증서를 주기도 하고, 외래어나 한자 시험을 치러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는 전화카드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자연스럽게 경쟁의 원리를 터득하게 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자본주의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

탈북자들의 수기 모음집인 ‘탈북동포들의 희망 찾기’에도 “무한 경쟁 체제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영어가 넘쳐나는 일상생활의 언어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탈북자들의 토로가 가득 담겨 있다.

평양 출신의 작가 정성산씨도 이 수기집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면 “사기 한번 당해 보고, 회사 한번 때려 치워 보고, 부도 한번 맞아 보고, 사고 한번 당해 보고, 애인과 이별하는 ‘코리랑고개 다섯고개’를 넘어야 한다”고 적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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