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주한 외교사절들의 한국어 실력 비결은

  • 입력 2001년 4월 12일 17시 05분


구수한 사투리를 곁들이며 한국인 빰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주한 외교가의 외교사절들. 주한 대만대표부 류민량(劉明良)공보관은 '워떡해유'와 '워쩐다냐'등 충청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정확하게 구별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중 한명. '한국어의 귀재'로 통하는 이들이 외국어를 어떻게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됐을까.

류 공보관은 주고 받기형 . 78년 원광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각 지방 하숙생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하면서 배운 경우. 그는 한문 원서를 들고 오는 한의대생들의 강사 노릇을 해주면서 자신은 한국어를 익힌 것. 그는 소월(素月)의 시와 황순원의 소설로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까지 소화했다.

독일대사관의 디르크 휜들링 서기관은 내조 의존형 . 독일 보쿰대에서 한국과 독일문학 비교로 박사학위를 따낸 뒤 효성여대에서 강의를 하다 86년 한국인 부인과 결혼하면서 한국 격언과 속담 등 고급한국어를 사사 받았다. 그후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해 억센 대구 사투리도 척척 구사할 수 있게됐다.

중국 대사관의 톈바오전(田寶珍)공사 등은 북한 유학형 . 중국 동구 등 전·현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외교사절들에 많다. 이들의 경우 북한에서 오랫동안 공부해 북한말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인 사람들이 많다.

찰스 험프리 영국 대사 등은 개인 교습형 . 지난해 8월 부임한 험프리의 경우 아직은 초보자 수준이지만 열심히 개인 교습을 받아 요즘은 "한국말 잘 하신다면서요?"하고 물으면 "제가 '수박 겉핥기'로 한국어를 배워서요…"라고 겸양어법까지 구사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고 있다.

캐나다 대사관의 비즈 바바카니 문화공보 서기관은 실전 적응형 . 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해 '외국어의 귀재'로 통하는 그는 부임이 결정된 뒤 오타와에서 8개월동안 집중적인 한국어 교습을 받았다. 그는 대사관에서 마련해준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지금도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종업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업무외의 일상적인 대화를 일부러 한국어로 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서울 주재 외교관들은 연세대 한국어 학당 등이 있지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정통 코스가 몇 군데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외교관 뿐 아니라 가족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반 학교 내에 외국인 학생을 위한 과정이 있으며 영국은 각국에 영국 문화원을 설립해 영어 교습으로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백경학·권기태·정미경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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