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단기적으로 가격메리트에 주목해야

  • 입력 2001년 4월 11일 08시 44분


어제 서울 주식시장은 전강후약 장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상승 마감 소식에 영향 받아 오름세로 출발한 전일 종합지수는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장 초반의 상승세를 못 지키고 종가기준으로 지난 98년 12월5일 이래 최저치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는 현·선물 양시장에서 대규모로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과 더불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전일 연기금을 통해 이번주의 80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원을 올해 내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다음달부터 연기금에 대해서 증권거래세 면제, 연기금의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비부과, 그리고 1년 이상 주식 장기보유자에 대한 배당소득세 비과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은 지난 4일 발표의 재확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전일 투신권이 시장 기대와는 달리 매도세를 보여주어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미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보여준 매도세가 부담스러워 보인다. 현재 시장은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수급도 악화된 상황이다.

연초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수여력이 부족해 보이는데다 연기금자금을 제외하면 기관매수세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세계 경기 둔화와 더불어 기업실적 악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외국인의 국내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과 함께 국내 증시의 큰 축인 투신권도 주식형수익증권 규모가 여전히 답보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어 시장대응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개인들도 경기 및 기업실적 둔화라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 측면에서 시장이 위협받고 있어 적극적인 매수 가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듯 수급측면에서 열세를 보여 증시 제반 여건이 안정을 찾아 반등세를 시현하더라도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기업실적 발표와 이에 반응하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기업들이 이미 실적 전망을 해온 데다 주가 수준도 많이 하락해 있어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본격적인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이해 미 주요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계속될 것이며 미 증시 흐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위축된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시장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주요 기술적 지표들이 과매도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연기금 자금이라는 대기매수세가 있으므로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한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12일 옵션만기일을 맞아 옵션 관련 매물 출회가 예상되고 있으나 연기금 자금에 의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준석<동아닷컴 기자>d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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