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변화의 챔피언

  • 입력 2001년 4월 6일 19시 03분


◇변화의 챔피언/데이비드 내들러 지음/도근우 옮김/412쪽, 1만3000원/21세기북스

최근 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영자들은 많지만 막상 어떻게 기업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영자는 드문 것 같다.

솔직히 그 동안 리엔지니어링 품질관리 아웃소싱 학습조직 등 많은 경영 혁신 또는 조직 변화 기법들이 획기적인 방법인 것처럼 유행했고, 그 때마다 많은 기업들이 이 기법들을 경쟁적으로 채용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혁신이 하나의 유행처럼 인식되고, 한 가지 기법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이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혁신과 변화는 잘 정리된 논리나, 업무의 리엔지니어링과 같은 기계적인 사고 방식을 넘어서는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저자가 AT&T, 시티은행, 코닝, 제록스 등 미국 유수 기업들과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 관리에 필요한 절차와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답게 논리적이면서도 컨설팅 회사 책임자답게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에서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저자는 최고경영자의 임무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지 단순히 변화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깊이 관여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최고경영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조직 내 핵심 세력들을 설득하고, 이들을 변화에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변화를 실행하기 전 조직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시키고 변화의 방향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의 실행에 있어서도 저자는 단계적이지만 전면적인 변화를 주장한다. 구성원들의 업무나 공식 조직 같은 기업의 하드웨어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인력이나 비공식 조직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함께 변화되어야 한다. 특히 저자는 조직의 여러 요소들, 즉 전략 업무 조직 시스템 프로세스 인력 사이의 정합성(congruence)을 강조한다.

이들 중 어떤 부분이든 정합성이 결여되면 변화 과정에서 더 큰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유행했던 리엔지니어링도 업무나 프로세스 개선에만 신경을 썼지, 이러한 변화가 구성원이나 비공식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불안감 해소는 물론 조직 내 권력 다툼과 경영층의 통제력 상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개혁에 관한 모든 책임은 오로지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진다.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열의와 책임감이 없다면 그는 더 이상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조직 변화에 성공하고 싶은 경영자라면 이 책의 2부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동현(가톨릭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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