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개항 1주일]일단 순항…안착까진 먼길

  • 입력 2001년 4월 4일 19시 01분


‘일단 합격,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

지난달 29일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이 4일로 개항 1주일째를 맞았다. 공항에서 1주일이란 항공스케줄이 한 번 순환하는 최소 단위여서 승객과 화물 처리 능력 등 전반적 기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은 합격 커트라인은 통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항 전 말썽을 빚었던 수하물 및 여객 처리 분야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아직도 운영 미숙이나 노하우 부족 등으로 개선점들이 곳곳에 잠복하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항은 순항중〓개항일 오전 4시46분 아시아나항공 OZ3423편이 첫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하루평균 309편의 항공기(공항 이용객 4만2316명)가 별 사고 없이 뜨고 내렸다. 수하물 처리체계를 전자동에서 준자동(Fall―Back)으로 바꿔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항공기 터미널 충돌할뻔◇

운영 수입도 짭짤했다. 인천공항이 개항 후 항공기 착륙료, 탑승교 사용료, 국제여객공항 이용료 명목으로 올린 수입은 약 40억원. 하루 평균 5억5584만원꼴. 김포공항(4억8000만원)보다 15.8% 가량 많다. 개항 후 첫 일요일이었던 1일이 6억264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위기의 순간〓개항 당일 오후 3시30분 오사카에서 들어온 대한항공 KE724편이 탑승교로 들어오다가 여객터미널과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항공기를 탑승교로 인도하는 유도장치인 VDGS가 다운돼 항공기가 여객터미널 10m 전방까지 밀고 들어온 것. 다행히 조종사가 제동기를 빨리 작동시켜 항공기가 여객터미널로 돌진하는 불상사는 막았다. 그 이후 공항공사측은 수동으로 항공기를 유도하고 있다.

◇교통비 부담…환영객 급감◇

▽새 풍속도〓공항이 서울에서 멀고 교통비 부담이 커 환송 환영객들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혼자 가방을 들고 공항에 나와 출국하는 ‘나홀로 여행객’이 크게 늘어났다.

버스 이용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서울 도심에서 공항까지 가는 택시 요금이 웃돈 요구 등으로 6만∼7만원에 이르자 출입국 승객 대부분이 버스를 이용했기 때문. 서울공항버스 운송협회 권영찬 회장은 “당초 25%선으로 예상했던 버스 승차율이 40%에 이르는 등 승객들이 폭증하고 있다”며 “다음달 초까지 운행 버스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이 노선별로 길게 펼쳐져 있어 처음 가는 승객은 다소 혼란스럽다.

◇수하물 자동처리 과제◇

▽풀어야할 숙제〓현재 ‘준자동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항공사 체크인 공용시스템(CUS)과 수하물처리시스템(BHS) 등을 완전 자동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 시스템 불안정으로 불가피하게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시스템 불안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 공사측이 약속한 한달 내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에 입주한 국내외 항공사와 공항공사,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상주 기관 직원들의 운영 미숙도 빠른 시간 내에 고쳐져야 할 점.

체크인 카운터에 있는 단말기를 잘못 조작해 발권이 지연되는 일이 잦고 출입국 심사대 직원이 적어 피크 타임에 출입국 승객들이 1시간 가량 기다리는 일도 많다. 준자동화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승객 1명을 처리하는 시간이 아직까지 김포공항에 비해 2배 가까운 2∼3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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