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인간복제 '성공률 제로' 위험한 도박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9분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 복제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국과 이탈리아의 공동연구팀이 최근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인간 복제의 실제 성공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열린 미 하원 감독조사위원회의 인간복제 청문회에서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은 “동물 복제 실패율로 미루어 볼 때 인간 복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성공한다 해도 기형아 정신장애아 등이 태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9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관여했던 과학자 사이먼 베스트 등은 “돌리를 탄생시키기까지 무려 276번의 실패가 있었다”며 “양의 생식력이 인간의 3∼4배인 것을 감안할 때 1명의 성공적인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선 1000번의 임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그린우드 감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는 999번의 유산 또는 심각한 결함을 지닌 아이의 출산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복제전문연구원 루돌프 제니시 박사도 “지금까지의 동물 복제 경험으로 볼 때 복제 인간이 온전하게 태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출생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실시된 양 소 돼지 쥐 염소 등 5종류 동물의 복제 성공률은 3∼5%에 불과했으며 복제 동물들은 대부분 배아(胚芽) 성장 단계나 출생시 또는 출생 직후 죽었다는 게 제니시 박사의 설명. 살아서 태어난 복제 동물들도 대부분 며칠 내지 몇주 뒤 신부전 심폐기능부전 면역결핍 신체기형 등으로 죽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텍사스대학의 수의생리학 연구원 마크 웨서신 박사는 “소의 경우 복제된 새끼의 90% 가량이 임신 35∼90일 태내에서 죽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생식의학회장 마이클 솔스 박사는 인간 복제와 동물 복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양이나 소 등 동물의 복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동물에게 불행한 일 정도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만일 사람에게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불행 정도가 아니라 파멸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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