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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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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은 현대건설 회계 감사 과정에서 회사측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라크 등 해외건설 공사 대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을 놓고 현대건설측이 20% 반영을 주장한 반면 삼일측은 이를 거부했기 때문. 예년 같으면 기업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결국 50%를 반영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은 99년 12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는 무려 2조9800억원의 적자를 낸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했고 결국 출자전환됐다.
올해 기업들은 달라진 회계 감사 기준과 전례없는 강도 높은 감사로 ‘회계 대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부적정,의견 거절 등을 받은 기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감사 의견은 ‘적정’을 받았지만 사실상 기업에게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자기자본 완전 잠식 판정을 받은 기업이 급증했다.
▽부적정, 의견거절 크게 늘어〓증권거래소가 1일 발표한 12월 결산법인에 대한 회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31일 현재 거래소 상장 575개 기업중 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528개사(91.83%)로 지난해 534개사(93.4%)보다 줄었다.
또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표시됐다는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은 22개사(3.83%)였으며 회사의 장부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부적정’과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은 25개사(4.34%)로 지난해 14개사(2.2%), 98년 8개사(1.5%)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 밖에 회계 장부 작성 자체는 적정을 받았지만 회사의 존속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의 기업이 49개나 됐다.
▽깐깐한 회계 감사〓올해 회계 감사의 강도가 전례없이 세진 것은 정부가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 회계법인들은 분식 회계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을 경우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재고 자산에 대한 실제 평가와 업종에 따른 경제 전망까지 포함한 감사 보고서를 냈다.
쌍용자동차는 쌍용양회가 제기한 735억원 이상의 소송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과 재고자산에 대한 실사에 입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고합의 경우에는 적정 판정을 받긴 했으나 자본완전 잠식 상태로서 국내와 해외에서 중단한 각종 프로젝트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함께 제시받았다. 정기영 계명대 교수는 “회계법인이나 기업 모두 올해 결산에서 떨 수 있는 건 빨리 떨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적정’받아도 안심 못한다〓올해 회계감사에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난 49개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자본 잠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된다. 특히 적정 의견을 받았더라도 금융감독원의 감리에서 분식회계가 적발될 경우 해당 기업은 민형사 처벌은 물론 대출 금지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회계 법인도 등록 취소, 감사 제한 등의 행정 조치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1일 “분식회계 자료를 내고 대출을 받은 기업은 신용평가 등급을 하향조정해 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주총〓이번 주총에서는 311개사가 현금과 주식 등 배당을 실시했다. 99사업연도의 317개사보다 6개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배당률(액면가 기준)은 전년도 8.9%보다 크게 증가해 13.7%(27일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12월 결산법인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5배 정도 늘어나 재원이 풍부했던 데다 작년에 유례없는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의 고배당요구가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가기준 배당률은 5.6%에 불과해 ‘명목뿐인 고배당’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다.
<이진·이훈·김승련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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