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고나면 "껑충" 환율 현기증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미국 보스턴에 아들을 유학보내고 있는 김모씨(48)는 최근 환율이 오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한 학기 등록금과 한달 생활비로 1만달러를 보내는데 1300만원이나 들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1100만원이면 됐는데 1년 사이에 200만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해외출장이 잦은 한 증권사 임원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비행기 삯이 인상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유회사 관계자도 “환율이 올라 결제용 달러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원―달러환율은 3월30일 달러당 1327.5원에 마감돼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이틀 만에 23원이나 올랐으며 2월말보다는 무려 81.20원이나 뛰었다. 작년 3월말(1108.3원)보다는 219.2원이나 상승했다.

원―달러환율은 더 오르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이 끝난 뒤 역외외환시장(NDF)에서 원―달러환율이 1337.0원까지 상승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2.67엔이나 오른 126.33엔까지 치솟은 영향이었다. 이는 98년10월7일(130.76엔)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한미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환율은 엔―달러환율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며 “엔―달러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외국 투자자들이 ‘달러 사자’에 나서고 있어 원―달러환율은 1350원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원―달러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과 달러매도개입을 하고 있다. 올해 원―달러환율이 평균 1180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물가상승률 목표를 3.0±1%로 정했는데 환율급등으로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지난달 30일 원―달러환율이 한때 1331원까지 치솟자 1억∼2억달러를 내다팔아 환율을 1320원대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NDF시장에서 3개월 선물은 물론 1년짜리 선물에도 ‘사자’가 몰리는 등 달러매수세가 강한 데다 엔―달러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당국의 환율안정노력이 약효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환율상승을 반기고 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환율상승으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 대표기업의 수출 및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다”며 “최근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1350원대까지의 환율상승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UBS워버그증권 정규창 이사도 “환율이 오른다고 해도 외국인은 주식을 그다지 많이 팔지 않을 것”이라며 “저평가된 블루칩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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