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회수 막는 '관선 관리인'…쌍용양회 살리려 한일생명에 압

입력 2001-03-22 06:11수정 2009-09-2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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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를 살리기 위해 채권자가 죽을 수도 있는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쌍용그룹 계열 한일생명이 510억원짜리 어음을 들고도 채무자인 쌍용양회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일이 7일째 계속됐다.

이 어음의 만기는 15일.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한일생명에 파견한 관리인(현직 금감원 팀장)이 “쌍용양회가 갚을 능력이 없으니 어음을 돌려봐야 소용없다”며 반대해 돈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은 금융당국이 현재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인 쌍용양회에 어음이 돌아올 경우 부도로 이어지면서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우려해 어음교환을 막았다는 것이 금융가의 관측.

한일생명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금융감독원 기자실을 찾아 하소연했다. 비대위측은 “금융감독위원회가 2일 한일생명을 영업정지시키면서 ‘회생하려면 쌍용양회 대출금을 돌려받으라’고 지시해놓고도 이를 가로막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한일생명측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22일 자신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금감위는 “공적자금위원회가 22일 한일―삼신―현대생명 등 3개 생보사를 ‘제3자 피인수’를 전제로 한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비대위측 주장에 대해 금감위는 “대출금 회수 여부는 전적으로 금감원이 보낸 파견관리인의 권한”이라며 짐짓 모른 체했다.

그러나 비대위 항의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10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쌍용양회가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외자유치 협상이 순조로워 돈을 갚을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여 관리인이 대출금 회수를 결정했다”고 밝힌 것. 관선 관리인 체제가 빚어낸 웃지 못할 희극은 7일 만에 더 극적으로 종결됐지만 22일 내려질 공적자금위의 결정은 여전히 주목된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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