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달라진 주총…회계감사 깐깐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00분


‘일사천리’식으로 진행되던 정기주주총회장의 모습이 올들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분식회계가 당국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공인회계사들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기존 경영진을 믿고는 주가가 오를 가망이 없다고 본 일부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에 도전하기도 한다. 꼼꼼한 감사로 회사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법정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코스닥등록기업인 하이론코리아는 얼마전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이 99년 각각 2억8000만원 1억9000만원 흑자에서 2000년 33억원 38억원 적자로 전환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이익과 환차익 등을 감안하면 약 4억원 흑자가 발생하지만 회계법인이 미회수 장기매출채권 및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41억원이나 적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적발 이후 회계법인의 감사태도가 바뀌면서 주주총회를 둘러싼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순이익이 줄어든다〓대우와 동아건설에서 나타나듯 ‘적정’ 의견을 냈다가 사후에 분식사실이 적발될 경우 회계법인도 형사처벌과 함께 엄청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

회계법인은 특히 매출채권을 평가할 때 회수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추정해 예년에 비해 훨씬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이 증가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B기업은 작년 매출이 115억원으로 54.7%나 증가했으나 경상이익 및 순이익은 56% 감소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외부감사인이 1주일동안 창고에 쌓인 재고자산을 철저히 조사해 장부에 잘못 계상된 부분만큼을 줄였기 때문이다.

▽적정의견 받기 쉽지 않다〓워크아웃 상태인 신동방은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의 각종 수치작성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계속기업으로의 존속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코스닥기업인 풍연도 감사범위가 제한됐고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이 제기돼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이 회사는 2년연속 자본잠식상태를 탈피하지 못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여있다.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로 나오면 자금조달 주가관리 등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회계법인은 “감사인이 수긍할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주총도 연기한다〓회계법인과 기업이 결산보고서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의견충돌을 빚으면서 아예 주총날짜를 연기하는 곳도 있다. 거래소시장의 S,D사는 회계감사가 예년보다 크게 까다로워지는 바람에 법정시한인 주총 1주일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게 되자 1주일 미뤘다. 현대건설도 감사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총날짜가 29일로 늦춰졌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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