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주한 英 연방국가 '끈끈한 정' 나눠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8분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 국가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정답은 53개국이지만 선뜻 이 답을 맞힐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 외교가에서 활동하는 영연방의 외교관들은 지역과 민족이 다른 나라의 출신들이지만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은 모두 독립국인 영연방 국가들은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는 ‘악연’을 좋은 인연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12일 서울 덕수궁 옆 영국 대사관저에서는 ‘영연방의 날’을 기념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찰스 험프리 주한 영국대사가 주빈이 된 이날 리셉션에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브루나이 나이지리아 가나 등 10여개 영연방 국가들의 대사 무관 등 외교관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英등 10여개국 외교관 모여▼

험프리 대사가 “영연방 국가들의 우애를 위해 건배”라고 제의하자 이들은 잔을 들어 화답했다.

이날 대사관저에는 영국 런던의 전쟁박물관에서 공수해온 6·25 전쟁 당시 영연방 국가군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사진들을 둘러보던 영연방 대사들은 “이것은 호주군”, “이 사진은 영국군”이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서울 외교가의 일부 연연방 국가들은 6·25전쟁에 공동참전(모두 13만명)한 ‘전우 국가’이기도 해 더욱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월에는 영국과 캐나다 등지의 참전 용사들이 서울을 찾을 예정이며 영연방 국가의 외교관들은 이들과 함께 과거 영국군 전몰지인 경기 연천군 적성면과 캐나다, 호주군의 격전지인 가평을 찾는 행사를 가진다.

▼40여국 대사 한국서 활동▼

영연방 국가들의 외교관들만 초청되는 것은 아니지만

6월 12일로 예정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생일 행사(실제 생일은 4월21일)에도 이들은 영국 대사관 등에서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빛이 많이 바랬지만 지금도 영국 여왕은 여전히 영연방의 원수인 셈이다.

영연방은 1931년 시작됐으며 아프리카 아시아 미주대륙 등 곳곳에 흩어져 있어 소속 국가들의 수가 의외로 많다. 서울 외교가에서 활동중인 이들 국가의 대사들은 40여명 선이다.

독일 일본 등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들 대부분은 영연방과 같은 형태의 외교가 모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과거 제국주의적인 면모를 보였음에도 영연방 국가들이 ‘지배―피지배의 과거’를 떠나 70년째 협력체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너선 다트 영국 대사관 상무관은 “아마 과거 영국의 통치 스타일이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시스템’과 ‘법률’에 더 많이 의존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연방 국가의 외교관은 “회원국끼리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연방 국가들은 2년마다 돌아가면서 국가 원수 회의를, 4년마다 영연방 경기대회를 열며 서로 특혜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회원국의 인권 상황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자격이 보류되기도 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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