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고아원생 자립시설 문여는 조주연씨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4분


‘고아원 출신 의사가 세운 고아의 집.’

서울 강남차병원 수련부장인 조주연(趙周衍·53·산부인과)박사는 최근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북 군산시 신흥동의 아동복지시설인 구세군후생원 바로 옆에 1억5000만원을 들여 대지 80여평의 한옥을 사들였다.

‘군산 우리집’으로 명명된 이 집은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인데 고아원을 퇴소해야 하는 18세 이상 청소년들이 자립할 때까지 머무는 곳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가 이처럼 고아의 집을 개원키로 한 것은 만 18세가 돼 머물던 고아원을 나와야 했으나 갈 곳이 없었던 그 자신의 경험 때문.

아버지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마저 여읜 그는 혼자 살림을 떠맡게 된 누님의 손에 이끌려 군산의 구세군후생원에 맡겨졌다.

그는 이 곳에서 신문배달과 이발소 보조를 하며 야간중학교와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고 갖은 고생 끝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됐다.

대학 입학금은 구세군 목사의 주선으로 유한양행의 고 유일한(柳一韓)박사가 주는 장학금을 받았고 숙식은 서울의 구세군 기숙사에서 해결했다.

그는 의사가 된 이후 “내가 받은 사랑을 일부라도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98년에는 이 구세군후생원에 컴퓨터교실을 마련해 주었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누님을 떠올리며 소녀가장들을 돕기도 했다. 10여년 전에는 겨울날 힘들 때마다 배달을 빼먹곤 했던 일을 사죄하는 심정으로 자신이 배달을 했던 군산 지역의 동아일보 배달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조박사는 앞으로 가족이 없는 노인과 청소년들이 서로 돕고 가족애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아원과 양로원이 함께 있는 복지시설을 만들 생각이다.

<군산〓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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