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전월세 급등세 해소가 강남 집값 안정보다 시급하다

  • 동아일보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월세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66% 상승해 2015년 11월(0.75%)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도입되며 전세가격이 급등했던 2020∼2021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1000채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전월세 물건이 가물에 콩 나듯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미 지난해부터다. 말 그대로 시장에 물건이 없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27 대출 규제부터 시작된 실거주 의무 강화가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매물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실거주 의무는 전체적인 전월세 물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살던 집을 사서 직접 거주하게 되면 그 무주택자가 살던 전셋집은 시장에 다시 전월세 매물로 나올 테니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절반만 설명하는 것이다. 서울은 기존 주택이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도시다. 1970, 80년대 집중적으로 주택이 공급됐기 때문에 준공 30년이 넘는 노후 주택이 2024년 기준 전체 주택 317만 채 중 3분의 1에 가까운 89만7000채에 이른다. 2022∼2024년 멸실된 주택만 4만6000채가 넘는다. 멸실되지 않더라도 모두가 선호하는 양질의 주거는 노후화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집을 한 채만 남기고 실거주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다주택자는 가장 살기 좋고 투자가치가 높은 집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집에서 나온 세입자들은 인근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전월세가 오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든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써 기존 집에 머무르든 매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더 높은 전월세를 치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등 차선을 택해야 한다. 차선의 차선이 이어지다 보면 모아둔 돈이 없고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런 차선의 선택지를 받아 든 이들이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나선 결과가 최근 15억 원 이하 아파트 밀집 지역의 매매가격 급등세다.

이런 연쇄작용을 끊으려면 신규 주택이 공급돼 밀려난 수요를 받아줘야 한다. 하지만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했다. 시간이 지나 주택 수요는 다시 살아났지만, 2022년 당시 이미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탓에 당장 새로 입주할 준공 주택이 모자란 것이 현재 상황이다. 사실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주택 산업의 특성상 수요가 많은 시기와 공급이 넘치는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은 또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측하고 틈을 메우는 것이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다. 전월세 시장은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별다른 정책 변수만 없다면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장이다. 강남 집값이 내려갔느냐보다 다음 달에 낼 월세가 30만 원 오르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는 더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초점을 매매 시장이 아니라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야 한다.

#서울 전월세#수도권 부동산#전세가격 상승#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상한제#실거주 의무#주택 공급 부족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