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가 동맹 현대화의 길이다[기고/최강]

  • 동아일보

최 강 아산정책연구원장
최 강 아산정책연구원장
4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 플래넘 2026’ 기조연설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총리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수평적 연계를 강화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혹한 안보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제안이다.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중국의 군사력 팽창, 러시아의 핵 위협 일상화, 여기에 이란까지 가세한 권위주의 연대 속에서 기존 동맹 구조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공언했으며, 선제 핵 사용까지 제도화했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핵 사용 위협을 상시화했다. 이란 역시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며 사실상 핵무기 개발의 문턱에 도달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CRINK’ 연대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핵 위협의 연결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위협에도 인도태평양의 안보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미국 중심의 ‘허브 앤드 스포크(hub-and-spokes)’ 양자동맹 체제는 냉전시대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동맹국들의 역량을 신속히 결집해 공동 대응할 체제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유럽은 소련의 위협에 맞서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 공산주의 확장을 억제했다. 오늘날 인도태평양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고 위험한 안보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와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등 소다자 협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다층적 협력망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집단안보체제로 진화시켜야 한다.

얼마 전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미일 3국이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선언 검토를 제안했다. 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일본·필리핀 등 동맹국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조율된 대응을 수행하는 ‘킬 웹(Kill Web)’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아시아판 나토, 즉 인태조약기구(IPTO)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토가 핵공유를 통해 억제력을 실질화했듯, 인도태평양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한국은 더 이상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논의를 회피할 수 없다. 핵은 핵으로 억제된다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역시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 금지’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단안보체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회원국 군대가 하나의 체계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공유, 무기 표준화, 군수 지원, 기지 공동 사용 등을 통한 상호운용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동맹 정책 변화와 나토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아시아판 나토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동맹국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는 기존 틀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한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 갇힌 전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서를 수용하는 국가를 넘어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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