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독자는 왕" 다시 깨우친 진리

입력 2001-01-26 18:46수정 2009-09-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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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일을 미루다가 간신히 가래로 막는 일이 출판계에 잇따르고 있다. 유수한 출판사가 오역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혼쭐이 난 것이다.

열린책들이 지난해 내놓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전 25권)이 오랜 오역 악령에 시달리다 최근 출판사 홈페이지(openbooks.co.kr)에 ‘독자 정오표’를 만들어 공개적인 교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판계에 처음있는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1월경 네티즌들이 이 출판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집의 오역 문제를 제기한 뒤 취해진 것이다. 문장 가운데 ‘2X2〓4’를 ‘2X2X4’로 표기한 ‘지하로부터의 수기’ 등 몇몇 작품이 특히 집중 포화를 맞았다.

1급 번역자를 동원해 책을 번역했던 출판사는 나름의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몇달간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끈질긴 독자들은 이같은 출판사의 태도에 분노, 이 출판사의 이름인 ‘열린책들’을 패러디해 ‘뚜껑 열린책들’이라며 비아냥거렸고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출판사는 뒤늦게 정오표를 만들어 책 구매자에게 우송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라는 책을 발간한 푸른숲 출판사도 비슷한 항의에 시달렸다. 익명의 독자가 번역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한 글을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촉발된 사태는 9월 이 책의 번역가가 한국번역대상을 받자 격분한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출판사 역시 몇 달간 독자들의 환불 요구에 시달리다가 지난해말 손을 들고 말았다. 2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하며 초판 모두를 리콜해 개정판으로 무상 교환해주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는 치밀한 번역 못지 않게 독자에 대한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출판계에 남겼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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