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외신기자들이 둘러본 한국정치판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27분


주한 외국특파원 7명이 국회공보실이 펴낸 월간지 ‘국회보’ 1월호에 한국의 정치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 내용을 주제별로 요약 정리했다.

▽허약하고 무능력한 국회〓“한국의 법률은 ‘대통령부’에서 다듬어지고 국회는 이를 승인하는 기관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과 의회의 역학 관계가 역전되는 것은 대통령의 집권 말기, 레임덕이 시작될 때뿐이다. 이때에도 파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차기 대통령이 될 인물’일 뿐이다.”

“잦은 입법 정체(停滯)로 사회의 주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보안법을 아직까지 개혁하지 않았고, 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국회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라디오 도이체벨레, 로널드 마이나르두스 특파원>

▽비민주적 관행〓“대통령과 정당 총재들이 의원 273명의 의결을 지시한다. 한국의 의회정치는 민주정치보다 과두정치에 가깝다. 권력의 분점, 토론, 초당파적 협력, 반대에 대한 관용 등의 관행이 너무 부족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로저 딘 뒤 마스 특파원>

“세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웅으로 추앙되는,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한 걸음 퇴보하도록 하는 행위(‘의원 꿔주기’를 지칭하는 듯)에 관계했다. 정당들이 스포츠팀과 같이 취급된다면 정치 이념이 숫자 노름에 자취를 감추게 되고 힘의 정치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마스 특파원>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국회〓“국회의 공공연한 ‘자기 봉쇄’는 정당간의 분쟁이 국회로 이전된 결과다.”<마이나르두스 특파원>

“어떤 사람들은 통일시대가 가시화된 것이 ‘무섭다’고 한다. 이런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줄 책임은 정치권에 있는데 여야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남북문제를 다룬다.”<교도통신, 이와무라 가쓰야(磐村和哉) 특파원>

▽정치를 살리려면…〓“국회가 본래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질없는 숫자 맞추기의 주도권 쟁탈전이 아닌, 정책을 통한 논쟁과 대통령과의 긴장 관계를 높여 가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도 좋지만 국회에서 국민의 소리를 반영해야 한다.”<이토 특파원>

▽기타〓“국회 본회의장에 여성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한국 국회는 성비(性比) 측면에서 사회의 거울이 되지 못한다.”<마이나르두스 특파원>

“총선 취재 당시 후보자로부터 두꺼운 봉투(촌지)를 받을 뻔했다.” <이토 특파원>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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