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2000년 결산]프리코스닥, 코스닥 좇아 덩달아 '쪽박'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22분


'대박의 꿈은 산산조각나고 남은 것은 상처뿐'

작년말부터 코스닥시장 폭등과 함께 급격히 성장했던 프리(Pre) 코스닥 시장이 불과 1년만에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의 사채업자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창업투자사들이 프리코스닥 열풍을 주도하고 여기에 개인들까지 가세해 수십조원이 몰렸지만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거래마저 끊겨 투자자금이 완전히 묶였다.

반면 선물.옵션시장은 현물시장 폭락의 반사이익으로 투자자들이 급격히 몰려들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장외시장〓나라앤컴퍼니는 연초 9만원에서 7000원으로 떨어졌다. 미국 나스닥상장을 계기로 9만원대까지 폭등했던 두루넷은 수익모델이 분명치 않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5000원 근방까지 폭락했다. 한때 7만원대를 유지했던 평창정보통신은 정현준 게이트 에 휩쓸려 1900원대에 머물러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통프리텔 등 통신주의 상승으로 신세기통신과 LG텔레콤은 10만원 이상, 온세통신은 4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금은 10분의 1미만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아울러 코스닥등록심사가 까다로워져 연거푸 탈락하는 종목도 속출했고 주가하락에 부담을 느껴 코스닥등록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비상장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코리아밸류에셋 윤희철 팀장은 그 이유로 벤처산업의 리더역할을 했던 닷컴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채 미국을 시발점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몰락했고 추가자금모집에 실패해 생존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꼽았다.

하반기에는 시장악재가 본격적으로 터지며 코스닥시장이 자생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로 치달았다는 것도 큰 원인. 게다가 현대건설 자금악화설이 확인되고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에 이어 정관계를 뒤흔든 정현준 진승현 쇼크가 결정타를 날렸다.

▽선물옵션, 투기성향이 높아졌다〓올해 선물시장 거래대금은 작년 821조원보다 3% 증가한 859조원을 기록했다. 거래량(1966만계약) 기준으로는 지수선물시장에서 세계 2위 규모다. 옵션시장 거래대금은 작년(8조6000억원)보다 90% 이상 증가한 16조6000억원으로 세계1위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선물옵션시장 각광받았던 것은 현물시장에서 큰 손해를 본 개인들이 한꺼번에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겁없이 뛰어들었기 때문. 이에따라 선물시장의 개인비중은 과거 20∼30%대에서 무려 50.8%로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지식없이 한탕주의를 노려 이 시장에 뛰어든 개인들은 변동성이 심한 장세를 따라갈 능력이 없어 대부분 원금을 모두 날렸다.

대신 과거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결정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이 대호황을 누렸다. 큰손들의 돈을 받아 선물옵션에만 투자하는 사설부티크도 많이 생겨났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의 거래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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