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미국의 빈곤층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37분


얼마 전 필라델피아발 시애틀행 비행기 1등석에 300파운드짜리 돼지 한 마리가 탑승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돼지 주인은 ‘치료용으로 동행해야 하는 애완동물’이라는 명목으로 돼지의 1등석 탑승을 허가받았다고 한다. 이 돼지는 6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담요에 싸여 줄곧 잠만 자고 있다가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꽥꽥거리며 돌아다녀 승객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사람들 중에는 비행기 1등석은 고사하고 아예 비행기조차 타보지 못한 사람들이 전체인구의 10%는 넘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평생 워싱턴 DC를 가보지 못하는 미국인도 적지 않다. 지난 90년 3월 미국정부가 조사요원 2만2000명을 동원,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사이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이른바 홈리스가 22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일부지역 홈리스들은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어 선거 때가 되면 이익단체나 압력단체 역할도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지만 이처럼 빈부의 격차 또한 크다. 미국의 CBS방송은 최근 미국에서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인구가 310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0%를 상회하는 숫자다.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99년 현재 1200만명의 어린이가 굶거나 굶주림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전체의 국부 40%는 상위 1% 소득계층이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New Economy)’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차 심화된다는 것이다. 76년 통계만 해도 상위 1%가 차지하는 부는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우리사회도 ‘신경제’ 때문에 엄청난 부의 편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 30대 젊은 사장들이 몇백억, 몇천억원을 떡 주무르듯 하다 법망에 걸려들기도 했다. 하루저녁 수백만원이 드는 고급 술집은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북적거리는데 노숙자는 IMF사태 때와 비슷한 숫자로 늘고 있다는 보도다.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가 풀어야 할, 그러면서도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숙제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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