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 "최후의 보루인가, 개미의 무덤인가"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올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주가지수선물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고 투기적인 선물거래에서 만회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선물거래를 탄광촌에 비유해 ‘주식투자의 막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시장은 부자 20%와 빈자 80%의 사회보다 못한 10 대 90의 구조이다. 투자자 1명이 9명의 손실분을 이익으로 챙기는 ‘제로섬’시장이다.

특히 올해 선물시장은 기술적분석이 통하지 않아 전문가들도 ‘서바이벌(생존)시장’이라고 불렀다. 한때 ‘고수(高手)’로 통했던 딜러도 순식간에 모든 투자자금을 잃는 상황이 비일비재였다.

신아투자자문 최정현사장의 도움을 받아 개인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정리했다.

①투자자금을 전부 건다〓현물거래에서 잃은 손실을 만회하려는 조급증으로 남은 현금을 한몫에 투자한다. 일부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투자금이 줄어든 고객에게 “이제 선물투자 좀 해보시죠”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선물투자는 여유자금을 일부 떼서 해야 한다.

②번 돈을 몽땅 재투자한다〓 A전문가는 3억원으로 시작해 연초에 600억원까지 불렸다. 그러다 10월초에 6억원으로 줄었다. 돈을 벌었으면 원금만 남기고 이익은 빼내는 이익실현을 해야 한다. 언제 손실을 볼지 아무도 모른다.

③자기 시장관을 과신한다〓B투자자는 작년 7월초 대우그룹 붕괴 정보를 미리 입수해 5000만원어치 선물을 매도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70포인트이상 급등했다. B투자자는 300만원만 건진채 계좌를 정리했다. 선물시장에서는 2∼3일만에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④베팅시점을 안다고 생각한다〓자신을 하늘 높이 떠돌며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에 비유한다. 먹잇감을 발견하는 즉시 낚아챌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선물시장에서는 시세에 순응하는 비둘기와 손절매를 하는 토끼, 영악하게 털고 나가는 여우만 살아남는다.

⑤거래 자체에 매몰된다〓하루 6시간을 쉬지 않고 매매에 매달리는 중독성 투자자는 수수료로 증권사 배만 불리기 십상이다. 또 ‘지수가 이렇게 움직일 리가 없다’며 감정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자도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⑥타고난 딜러는 없다〓평소 도박에 능해 선물거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선물거래는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해야 한다.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최사장은 “아무리 유능한 딜러도 선물거래 승률은 5대5이기 때문에 이길 때 큰 돈을 거는 능력이 관건”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직접투자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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