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육정수/검찰요직 獨食과 過食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41분


동아일보가 보도한 검찰인사 분석내용(15일자 A1·3면, 16일자 A3면, 18일자 A29면)의 큰 흐름은 어느 정도 짐작했던 대로다. ‘정권에 따라 검찰의 요직이 왔다갔다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이를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기사’로 폄훼하는 일부의 반응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 3대 정권의 검찰인사를 정밀분석한 이번 보도는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역대 정권의 ‘지역편중 인사’를 정치적 수사(修辭) 또는 구호(口號) 차원이 아닌 ‘컴퓨터 활용 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라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입증했다는 점이다. 즉 객관적 신뢰도를 높였다.

둘째, 92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에 걸친 연인원 8000명의 검찰 인사자료를 3개월간에 걸쳐 다각도로 입체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인사 때마다 단편적으로 ‘지역편중 인사’를 거론하던 기존 보도관행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셋째, 분석결과를 앞으로 검찰인사에 참고할 경우 ‘지역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출신지역이 아닌 능력 위주로 발탁하는, ‘시장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영남출신 검사는 전체 검사의 40% 안팎, 호남출신 검사는 그 절반인 20% 안팎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그 다음. 검찰조직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공안과 특별수사 분야의 핵심요직(28∼33자리 선정)을 어느 정도 차지했느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태우 정권 말기 영호남의 핵심요직 비율은 57% 대 11%였다. 김영삼 정권 때는 그 차이가 76% 대 3%까지 벌어져 영남이 무려 25배나 많은 적도 있었다. 영남출신 검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독식(獨食)’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정권 출범 후 호남출신 검사들은 핵심요직 점유율을 점점 늘려오다 올해 7월 인사 때는 30%로 높여 24%로 대폭 떨어진 영남출신을 상당히 앞질렀다. 물론 영남정권 때에 비해 편중 정도가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다. 영남출신 40%가 핵심요직의 50∼70%대를 점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남출신 20%가 핵심요직의 30%를 차지한 것은 ‘과식(過食)’이다.

현정권은 “그래도 영남정권 때보다는 덜하지 않느냐”는 데서 정당성의 근거를 찾으려 한다. 그럴 듯 하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현정권은 검찰을 포함한 공직사회의 과거 영남편중 현상을 고치는 것도 ‘개혁 과제’의 하나로 꼽는 것 같다. 그러나 학자들의 ‘설득이론’은 개혁이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권위적 개혁’의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권위적 개혁은 사회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그 확산을 중단 또는 철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된다.

특히 검찰 인사편중 문제는 영호남 대립개념을 넘어 40%에 달하는 ‘제3지역 출신’에게도 중요 관심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육정수<사회부장>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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