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중립, 인사에 달렸다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2분


검찰의 변함 없는 과제는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취임 초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도 검찰은 달라진 게 없다. 옷로비 사건 등 권력형 비리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소극적인 수사로 되레 의혹을 부풀렸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특검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이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도 4차례나 된다. 그때마다 검찰개혁이 거론됐으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불신만 깊어졌다.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의 뿌리는 인사에 있다. 국민의 정부도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통한 검찰 장악’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검사들 역시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 여전히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이해’가 맞아떨어져 지연(地緣) 학연(學緣)에 따라 요직을 차지한 검사들이 어떻게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사 철저하게 수사를 했다 하더라도 믿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인사가 정치권력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본보 법조팀과 순천향대 이민규(李珉奎)교수팀의 분석 결과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의 지역편중 인사가 문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분석은 92년 이후 전국 모든 검사의 신상정보와 보직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정밀 추적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조계 안팎에서 “짐작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분석결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요직의 경우 호남출신이 93년 10월에는 5%에 불과했으나 올 7월 인사에서는 33%로 급증했다. 반면 영남출신은 57%에서 21%로 줄었다. 이런 현상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검찰의 핵심인 공안부장과 특수부장을 대상으로 한 변동상황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검찰을 장악하려는 정치권력의 폐습이 계속되는 한 검찰의 독립은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제도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검찰청법을 고쳐 상명하복(上命下服)조항 등의 악용소지를 없애고 독립적인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국정쇄신이며 민심을 되돌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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