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시대]행정부 한반도 정책은…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13분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다.》

부시 당선자의 드러난 참모들 중에 아시아,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정통한 식견을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직 어떤 정책방향이 섰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전통적인 공화당의 외교 노선이나 측근들의 성향에 비추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햇볕정책은 지지 입장▼

공화당 사람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개입정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다. 힘의 언어밖에 못 알아듣는 불량국가에 대한 유화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팀 구성과 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북한 개발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필자의 생각이 옳았다고 인정하며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자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치하해 마지않았다.

부시 당선자의 참모이며 대북 강경파인 폴 월포위츠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인권투사였던 김 대통령이 억압적 독재자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 것을 놀라운 일이라며 대북정책이 궁극적 성공을 바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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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증강땐 강공펼듯▼

북한이 현재의 방향대로 나가는 한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력 증강을 실리를 얻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간다면 유화정책으로 무마하지 않고 북한이 크게 손해 볼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다.

부시 외교팀은 북―미관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며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회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가지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시 팀과 상의한 뒤 새 대통령 취임(내년 1월20일) 전에 북한을 테러리즘을 행하는 국가의 명단에서 빼는 일이다. 이는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조만간 이루어져야 될 일인데 이를 새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 행하게 되면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로서 작용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미 대북정책 조화필요▼

한반도 정책을 포함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직은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보다는 힘의 외교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과거 공화당 외교정책이 냉전해소로 이어졌듯이 역설적으로 한반도 냉전종식에 일조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당근’인 햇볕정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면 본질적으로 ‘채찍’인 힘의 외교는 뒤에서 미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혜롭게 조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채수찬(미 라이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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