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남동공단 '폴리안나' 화재사고 피해확산

  • 입력 2000년 12월 15일 01시 12분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IMF한파에 대우자동차 부도, 그리고 이젠 옆 공장 화재때문에 우리도 같이 망하게 됐어요.”

지난달 27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발생한 건강식품 제조업체 ㈜폴리안나의 화재 폭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변 업체들이 공장을 되살릴 대책이 없어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35분 2층 작업실에서 일어난 이 사고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이 조사중이다.

다행히 커다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때문에 주변의 여러 공장에서 건물이 붕괴되고 기계가 망가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만도 38개 공장에서 장비와 생산품 피해에 일부 복구 비용, 조업중단에 따른 피해를 합치면 37억여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같은 피해를 빨리 보상받아 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회사는 10억여원 정도의 화재보험에 들어 있지만 자체 복구 비용에 턱없이 모자란다.

㈜폴리안나 관계자는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고가 난 건물이 경영자가 갖고 있는 유일한 건물인데다 그나마 은행에 담보로 잡혀있고 화재보험금도 5억여원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아 암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업체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은 각자 가입해 있는 보험뿐.

하지만 대부분이 폭발 피해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특별계약에는 가입해 있지 않아 보험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피해업체인 ㈜대연의 김일연사장(52)은 “거래처에서 현장에 와보고는 납품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바꾸는 일이 벌어져 당장 연쇄부도가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때문에 인천시는 대책회의를 갖고 피해 업체에 연리 7% 수준의 시설 보수자금이나 경영안정자금 등을 최대한 지원해 주기로 했으나 이것도 담보나 은행의 지급보증서가 필요해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책협의회 이을찬회장(44·창성기공 대표)은 “피해업체에서 일하는 2000여명의 직원과 계속 위축되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업체의 담보능력을 너무 따지지 않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지난 98년 부천 내동가스 충전소 폭발사고때 시가 보상금 106억원을 피해자와 업체에 우선 지급하고 사고 업체에 구상권 행사를 위한 소송을 벌인 것 같은 방식이나 남동공단이 국가공단인 만큼 국가가 보상을 지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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