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시 당선확정?그럼 팔아야지"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8분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전세계 주식시장을 짓누르면서 한 달 이상 끌어오던 미국 대통령선거가 13일 부시후보의 당선 확정으로 매듭지어졌지만 기대했던 ‘부시랠리’는 한 시간도 지속되지 못했다.

뉴욕증시는 13일 개장과 함께 반짝 상승세를 탄 후 시간이 갈수록 하락, 나스닥지수는 3.72%나 급락했다. 다우지수도 겨우 0.24% 오르는데 그쳤다. 14일 한국증시도 미국증시의 약세와 더블위칭데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물량의 영향이 겹쳐 종합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시장은 이미 부시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 랠리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최근 며칠간 상승세를 이어왔으므로 13일에는 ‘뉴스에 팔라’는 격언대로 차익 매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는 것.

▽부시 당선 효과는 단기에 그칠듯〓뉴욕 증시는 전체적으로는 약세를 보였지만 이른바 부시 수혜주로 꼽히던 제약 담배 정유 종목들은 오름세를 탔다. 반면 인터넷 전자상거래 반도체 등 ‘고어주’로 거론되던 기술주들은 큰 폭으로 하락.

14일 한국 증시에서도 종합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의약업종은 4.07% 상승했으며 코스닥의 바이오 관련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길게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부시의 당선이라는 단기 호재보다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내년 1·4분기까지는 지속되리라는 장기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것.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연구원은 “만약 랠리가 있다 하더라도 연말이나 연초 반짝 랠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 증시에서는 부시 수혜주와 동종 업종이라 하더라도 규모나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 것.

▽부시의 경제정책이 미칠 효과〓부시의 경제정책 기조는 ‘강한 달러’와 ‘감세 정책’으로 대표된다. 부시의 당선이 확정된 13일 일본 도쿄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엔화 대비 16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조재훈팀장은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하면 외환 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을 많이 하는 업체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 정책’은 전세계 증시가 우려하는 미국경제의 경착륙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제는 그린스펀을 쳐다볼 때〓국내외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금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1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위원회(FOMC)”라고 입을 모았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연구원은 “향후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인물은 신임 대통령이 아니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 대통령’으로 꼽히는 그린스펀이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가 향후 증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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