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 히로히토 전 日王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4시 48분


한번도 법정에 서본 적 없는 피고인. 여성국제전범재판이 열리고 있는 도쿄에서 이 피고인들이 처음으로 법정에 회부됐다.

주인공은 히로히토 전 일왕 등 전범(戰犯) 8명. 지난 8일부터 열린 이 재판에서 남북한 위안부 할머니 31명은 20만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전쟁에 동원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다.

이들의 재판이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전후 일본의 통합을 꾀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도쿄 전범재판에서 히로히토 일왕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전쟁시 성폭력 혐의는 도쿄재판이나 독일의 뉘른베르크재판에서 모두 제외됐다.

법정에서는 스즈키 요시오 등 당시 가해자인 일본군의 증언이 있었다. 이들은 일본군이 한 달에 한 번 위안부에 대한 위생검사를 했으며, 한 조선여성은 간호부를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됐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군위안부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일본측 주장을 뒤엎는 증언이다. 그것은 일본만 모르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피해자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소가 동티모르에까지 설치됐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현재 일본정부는 국제형사법을 과거에까지 소급시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반인도적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게 최근 국제법의 추세다.

10일 법정이 폐정된 후 한국의 윤순만 할머니는 단상에 올라가 검사단에게 큰절을 했다. 비록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단체의 재판이지만, 이분들의 한이 풀릴 만한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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