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논리 개입 구조조정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7분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IMF 3주년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경제의 핵심과제인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잘못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경제난국을 꾸려나가는데 유용한 대안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KDI는 부실징후가 나타난 대기업과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3일 퇴출된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퇴출 재확인에 그쳤고 정작 핵심인 현대건설 쌍용양회 같은 대기업은 ‘부도유예’ 형태의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간 것이 사실이다.

IMF경제위기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중의 하나가 부실기업의 처리에 정치논리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크다면 청산절차에 들어가고 그 반대라면 대출금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회생시켜야 한다. 출자전환했을 때는 감자(減資)를 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빼앗아야 함은 물론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워크아웃 중견기업들도 영업실적이 2년 동안 부진하다면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KDI는 충고했다.

분식결산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으로 주주와 채권단에 손해를 끼친 소유경영인과 연루된 정치인 관료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라는 주문이 KDI에서 나온 것을 정부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해 ‘처벌에 의한 학습효과’가 떨어지고 구조조정의 공정성을 의심받아 근로자들의 반발을 부른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한탕주의’ 유형의 불법 불공정 거래가 만연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몇 명 잡아넣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식이 매번 되풀이된다. 솜방망이 처벌의 역학습효과가 생기는 판이다.

KDI는 미국 저축대부조합(S&L)사건 때 연방정부가 법무부에 특별예산을 지원해 수사관을 증원하고 2300여명을 기소했고 총 손해배상명령 금액이 6억달러를 넘긴 사실을 상기시켰다.

KDI는 금융감독원에 내부 비리에 대한 고발제 도입 등 내부 규율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을 이대로 놓아두고서는 대형 금융사고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국민의 공감대가 모아졌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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