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한전 노사 합의안에 외국인 불만 팽배"

  • 입력 2000년 12월 5일 16시 45분


블룸버그통신은 5일 한국전력이 노동조합의 파업을 막기 위해 임금인상안에 동의한 것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서울발(發)로 보도했다.

통신은 투자가들이 한전 발전부문의 제 3자 매각시 단행될 임금 15%인상을 포함하는 임금인상계획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스티븐 올드필드 연구원은 4일 한국전력의 신용등급을 'market outperform(시장수익률 상회)'에서 'market perform(시장수익률)'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노조와의 합의사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한전 노사간의 합의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노동계에 대해 너무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채 문제 해결, 새로운 전력수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위해 원자력 발전부문을 제외하고 한전을 6개 부분으로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올해 초 2개의 발전소 인수를 위해 입찰에 참여했던 SK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임금인상 수준은 입찰 참가 희망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2015년까지 발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 67조원(555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전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7조8000억원(4일 종가기준)을 조달하는데 그친다.

5일 증시에서 한전은 전날보다 2.1% 상승한 2만3950원에 장을 마쳤다. 이것은 최근 일주일 사이(거래일 기준)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들은 한전주를 17만5000여주 매각했다.

외국인들은 한전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처음 선언했던 지난 21일 이후 5일까지 363만6000여주를 쏟아내 버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노사 양측은 지난 3일 밤 파업 돌입 8시간 전에 극적으로 임금인상 안 등에 합의, 총파업 사태를 극적으로 막았었다.

이동욱 한전 대변인은 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영진은 노조측의 10% 보너스 요구안을 수용했으며 한전에서 분사되는 회사에 한전출신 경영자를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우리는 노조의 요구에 노사 양측이 더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동의를 한 것이며 이번 결정은 절대로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전의 임금인상안에 대해 최대주주인 정부는 아직 승인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 이 대변인과 노조측도 노조가 노조전임자들에 대한 임금 120%인상을 요구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고 통신은 밝혔다.

국영기업체들은 특별법에 의해 단체행동권의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측은 지난달 23일부터 매각으로 인한 인원정리에 항의하는 파업을 결의했다.

한전 민영화를 총괄하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이번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고 노사정 3자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증권의 안재성 연구원은 "정부가 한전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법안은 반드시 이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연구원은 "노조에게 양보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노측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준석<동아닷컴 기자>dr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