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비밀일기요? 여러분만 살짝 보세요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9시 01분


■'앙리에트의 못말리는 일기장 1'/ 뒤퓌 베르베리앙 글 그림/ 신선영 옮김/ 56쪽 7800원/ 문학동네

안녕? 나야, 앙리에트야.

너희들처럼 꿈많은 열 세 살 소녀란다. 프랑스에 살고 있지. 먼 나라지만, 우리 또래만이 가진 고민과 희망, 시기와 공상은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니.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알아, 내가 만화에 등장하는 내 친구들처럼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말솜씨가 뛰어나지도 않다는 걸. 그러니 수영장에 가는 건 질색이고, 친구들이 항상 들춰보는 패션잡지에는 관심도 없고, 화제는 항상 겉돌지.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일기장에만 남모르는 비밀을 묻어두게 되나 봐.

그래도 나는 외롭지 않단다. 자존심! 그거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회색 빛이겠니. 친구들이 파티를 열 때 종종 나를 부르지 않았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려도, 사랑하는(!) 베르네 오빠가 나 따위는 주위에 없는 듯이 행동해도, 상관없어…. 머리에 든 것 하나 없는 그 바보들하고 내가 같이 어울리겠니.

차라리 나만의 천국에 갇혀 있는게 낫지. 공상의 세계 말야. 그 안에서는 세계평화의 선구자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고, 대 화가나 지휘자로 대서특필 될 수도 있고, 베르네 오빠 (방금 바보라고 불렀던가, 취소야)와 꿈결같은 춤의 리듬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으니까.

케이블 TV 만화채널 주인공 ‘다리아’와 비슷해 보인다고? 그럴 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다리아보다는 어리고, 그만큼 똘똘하지도 않아. 그러니 내 자존심조차 확고하게 무장된 것은 아니란다. 급할 때 파고들어가는 단단한 껍질일 뿐이지.

그러나 만화의 작가가 마냥 외로우라고 나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우리처럼 꿈많은 나이, 화려하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수많은 수수한 여학생들과 공감을 나누고 마음 속의 따스함을 공유하면서 살라고 나를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너는 어떠니? 예쁘니? 똑똑하니?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니?

아니라고? 거울만 보면 고민이라고? 화제가 딸려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싫다고? 맨날 무시만 당한다고?

그럴 땐 나를 찾아.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가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마음속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이 사춘기를 어떻게 헤쳐 갈 수 있을지, 도란도란 의논도 할 수 있을 거야.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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