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경硏,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부진하면 내년 이후 한국경제는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일본 경제의 구조조정 경험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한경연은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10년간 장기침체를 겪는 일본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진행됨에 따라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옥석구분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라도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

한경연 허찬국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나름대로 구조조정에 힘썼는데도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시장원리와 동떨어진 집단주의적 처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은행과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각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와 부채비율 200%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금융기관과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생존과 퇴출을 결정짓는 메커니즘이 붕괴됐다는 것.

특히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 “모든 부실은행을 살리려는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가 불량 은행의 재생처리 목적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기업 자금줄이 막힌 상태에서 구조조정이 부진하면 경기하강과 맞물려 금융경색→기업도산→성장둔화→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내년 4.6%에서 2002년 4.5%, 2003년엔 3.9%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 4.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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