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근배/외환자유화 연착륙 개혁에 달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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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단계 외환자유화 실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우선 외환자유화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은 대외신인도와 관련된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및 경제개혁의 조건으로 외환자유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국가적인 약속이다. 국제경제질서 특히, 금융질서는 ‘약속과 이행’이라는 관행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 전화나 E메일에 의해 이뤄지는 수억 달러의 외환거래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제금융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반면에 외환자유화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본의 해외유출 가능성이다. 해외여행경비 급증으로 무역외수지 기조가 흔들리는 때에 외환자유화로 인한 자본의 해외 유출이 문제가 될 것이다. 또 해외투기성 자금의 이동이 더 자유로워져 우리의 외환시장이나 자본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해외 단기투기성 자금은 최근 동남아시장의 경험과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통해 느낀 대로 그 위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전부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과 우려는 결국 경제시스템, 특히 금융 및 자본시장의 안정과 경제구조의 안정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제1단계 외환자유화 실시(99년 4월1일) 이후 우리가 걱정했던 만큼 대규모의 외화자금 해외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금융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 강력하게 진행돼 경제가 안정되리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이에 따라 자금이동의 규모는 미미했다.

또 올해 한국의 외국 자본투자 유출입 형태를 분석해볼 때 아직도 순 유출 규모(올 8월까지의 순 유입액 120억달러 대비 9월 및 10월의 순 유출 규모 10억달러)는 작아서 외국인 투자가 중장기 투자성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헤지펀드와 단기성 투자규모도 미미해 외환자유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환자유화 실시는 예금부분보장제도 등 일련의 예정된 개혁프로그램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시적인 부작용이 있더라도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본다. 문제는 국내외의 각종 악조건들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집중돼 있다는 데 있다. 고유가, 반도체경기 하락, 미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대두,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금융위기 재연조짐 등 외부적 환경이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고 은행권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도 중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다행히 외화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예금부분보장제, 외환자유화가 동시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악재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자금이 급속히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판을 만드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즉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더욱 철저히 추진해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불안요소의 대부분은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에 관련된 것이므로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하고 시급히 종합적인 경제안정대책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경제가 불안하면 자본의 해외유출은 어느 방법으로든지 일어나게 마련이다.

김근배(마스타카드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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